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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잡러의 생활, 회사는 서브잡일 뿐
    FEATURE 2019. 9. 21. 16:34

    2년 동안의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끝내고,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직장인이 된 루시를 오랜만에 만났다. 직장인이 되었지만 그녀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이전과 다름없어, 아니 오히려 더 뚜렷해진 것 같아 보였다. (직장인 특유의 스트레스와 피곤함까지 숨길 순 없었지만!) 일주일에 5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는 일을 ‘서브잡’이라고 부를 정도면 얼마나 열심히 사는 중인거야, 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광화문에서 맥주와 한치를 먹으며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도 “시간이 없어”였다.

     

    Editor Alyse Lee

     


    요즘 어떻게 지내?

     

    끄적글적 개발하고, 서브잡으로 회사에서 영상 편집 일을 하고, 최근 클라이밍을 시작했고. 그 세 가지의 루틴(개발, 영상 편집, 클라이밍)을 반복하고 있어.

     

    이상한 질문이지만, 왜 취업했어?

     

    돈이 없어서 돈 벌려고(웃음). 뉴스 관련 채널에서 영상 편집 일을 하고 있어. 회사 생활은 내 시간을 주는 대신 돈을 받아오는 거라고 생각해.

     

    뉴미디어 팀에서 영상 편집 일을 하는 루시

    회사는 서브잡이고, 본업은 노마드씨에서 개발을 하는 거라고 했는데 최근 개발하고 있는 끄적글적 앱을 소개해줘!

     

    ‘끄적글적’은 한 장의 이미지로 글을 남길 수 있는 앱이야. 애나와 나랑 거의 2년 동안 개발을 지속해왔고 최근 1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어. 

     

    ‘끄적글적'을 만들게 된 계기는, 내가 원래도 명언에 관심이 많았어. 그런데 명언들을 모아보기가 어렵더라고. 그래서 단순 프로젝트로 명언 앱을 만들었는데 애나가 피벗(스타트업에서의 피벗은 원래 유지해오던 비즈니스 모델이나 경영 전략의 방향을 틀어서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창조해내는 것을 의미함)을 제안해서 탄생한 게 ‘끄적글적’이야.

     

    처음에는 명언만 저장할 수 있는 단순한 앱이었지만 지금은 사진 검색 기능, 내 앨범 사진 불러오기 기능 등  많은 기능이 추가되었어. ‘끄적글적’을 쓰는 작가님들이 많아지면서 “이 기능이 추가됐으면 좋겠다, 저 기능을 개선했으면 좋겠다”라고 문의해주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현재는 그런 요구사항을 반영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

     

    초기의 끄적글적(왼쪽)과 현재의 끄적글적(오른쪽)

     

    노마드씨는 어떻게 굴러가고 있어?

    (혹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노마드씨는 루시와 애나가 시작한 회사이자 디지털 노마드 크루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금은 애나와 나 2인 체제야. 우리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잘하고, 척하면 척 되는 게 있어서 좋은 것 같아. 또 현재는 ‘끄적글적’만 하고 있지만 연말 즈음 다른 앱의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그게 뭔지는 아직 비밀.

     

    디지털 노마드는 어떻게 된 거야?

     

    따지고 보면 지금 디지털 노마드는 아니지. 디지털 노마드의 정의도 다양하긴 한데, 이전에는 회사를 안 다녔으니 디지털 노마드라고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회사에 종속되어 있고 노마드씨 일은 원격으로 하니까.. 좀 애매한 상태인 것 같다. “일단은 보류하고 디지털 노마드를 향해가고 있다”라고 할게(웃음). 이전에 했던 디지털 노마드 생활이 나와 굉장히 잘 맞아서, 지금은 다시 그 삶을 살기 위해 일하고 있어.

     

    어쨌든 돈은 벌어야 하니까 회사는 다니는 거구나. 투잡 하는 거 힘들진 않아?

     

    굉장히 힘들지. 그래도 지금 하는 일의 끝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버틸 수 있고 마냥 힘들진 않아.

     

    ‘지금 하는 일의 끝’이 뭔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 그런데 이 길로 계속 가면 언젠가 끝이 보일 거잖아. 그래서 더 궁금하고, 가보고 싶어. 우리가 원하는 건 자유롭게 일하는 거야. 어느 정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되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잖아. 현재는 그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데 그게 어떤 식으로 현실화될지 모르겠어.

     

    하고 싶은 일이 있어?

     

    많지. 그런데 현실적인 이유로 다 참고 있는 거야. 유튜브도 하고 싶고, 글도 쓰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은데 참고 안 하고 있어. 언젠가 때가 되면 지금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싶어.

     

    아까 술 마시면서 ‘존버’에 대해서 얘기했잖아. 그걸 설명해줘.

     

    성공 얘기하면서 그 얘기가 나왔지? 이전에는 성공이라는 게 단순히 어떤 계기로 ‘빵’ 터져서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고, 많은 돈을 버는 거라고 생각했어. 미디어에서 노력한 힘든 과정은 안 보여주고 성공한 결과만 보여주니까, 과정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아. 그런데 여러 경험을 하다 보니 모든 일에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 과정 도중에 이탈하면 내가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도. 그래서 성공에 대한 정의가 달라졌어.

     

    어떤 경험을 통해 그런 깨달음을 얻게 된 거야?

     

    디지털 노마드 생활 중 애나와 페낭에서 한 달 살기를 했던 적 있어. 돌이켜보면 그때가 굉장한 과도기였어.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처음 시작한 건데, 내가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나 봐. 마케팅적인 이미지들 있잖아, 파도가 치는 해변에서 컴퓨터를 하는 그런 거. 난 내가 그런 환상을 갖고 있는지도 몰랐어.

     

    아무튼 페낭에서 굉장히 우울했는데, 왜 우울했나 생각해보면 ‘난 분명 이렇게 멋지게 살고 있는데, 왜 일이 안 될까?’라는 마음이었어.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때 디지털 노마드 삶을 처음 실행해본 거니 시행착오가 있는 게 당연한데 당시엔 그런 시행착오 없이 바로 여행하고, 파워풀하게 일도 잘할 줄 알았던 거지.

     

    페낭에서의 루시와 애나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구나. 버튼 누르듯이 “나 디지털노마드 할 거야!”라고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우면서 무언가 제대로 해내려면 많은 과정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던 것 같아. 결론은 '성공은 존버(존나게 버티기)다.' 지금은 존버 중이야(웃음).

     

    당시의 우울함은 어떻게 극복했어?

     

    극복 못 했어. 그 상태로 한국에 와서 한참 방황했지. 그때 집에서 나이가 있는데 일을 뭔가 하는 것 같긴 한데 집에만 있고 하니까 부모님이 불안해하길래, 서울로 왔지. 돈 벌러(웃음). 그리고 일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극복한 것 같아. 시간이 지나서 그때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니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데, 정확한 극복 포인트는 잘 모르겠네.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거 아닐까.

     

    루시가 존버 해서 얻으려고 하는 ‘성공’의 정의가 뭐야?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럼 더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겠지?

     

    만약 그런 환경이 생기면 뭘 하고 싶은데?

     

    지금은 여행을 해보고 싶어. 분명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내가 원하는 다양한 장소에서 일해보고 싶고. 거기까지 가려면 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4-5년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데 일하면서는 항상, 6개월만 남았다고 생각하며 하고 있어. 그래야 사람이 위기감을 느끼면서 하게 되는 것 같아.

     

    영상 편집 일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야?

     

    맞아. 그리고 영상 편집 일은 몰입감이 커서 하다 보면 시간이 훅훅 가. 콘텐츠 크리에이션을 하다 보면 기획에 머리가 많이 쓰여서, 산출물 대비 시간이나 심리적 스트레스가 커(맞아 맞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니 이왕이면 몰입도 높고 재미있는 일을 하자고 시작한 게 영상편집이야.

     

    그럼 루시의 주 업무는 뭐야?

     

    개발! 개발 세미나 같은 것 있으면 가려고 노력하거든.

     

    그런데 나는 개발로 나의 것을 만들고 싶은 거지 그걸로 돈을 벌고 싶진 않아. 그걸로 돈을 벌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데 나에겐 그럴 시간과 여유가  없어. 가뜩이나 지금은 회사에 시간을 돈 주고 팔아서, 일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줄었기 때문에 아예 그 선택(개발자로 취업)을 하지 않고 있어. 

     

    클라이밍은 어때?

     

    진짜 재밌어! 운동 강도가 역대급으로 힘들긴 한데, 나는 성취감 있는 걸 좋아하거든. 개발도 성취감이 큰데 클라이밍도 그 성취감이 있어서, 성취감 추구하는 사람들은 한 번 해보면 좋을 것 같아. Alyse한테도 추천이야. 기획하는 건 스트레스가 많잖아, 클라이밍은 워낙 운동의 강도가 높으니 생각의 환기가 잘 돼.

     

    ‘끄적글적’ 홍보할 시간을 줄게!

     

    한 장으로 그 날 하루 혹은 느꼈던 감정을 기록할 수 있는 앱이야.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끄적글적 검색해보면 자신의 하루를 기록하는 작가님들을 볼 수 있어.

     

    소소하게 사랑 이야기를 남기는 작가도 있고, 이별 이야기를 남기는 작가도 있고, 하루하루를 꾸준히 일기로 남기는 사람도 있고. 근데 어떤 사람이든 꾸준히 써. 한 번 쓰면 계속 쓸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나 봐(웃음). 다른 앱에 비해 UI/UX도 직관적이고. 이런 앱이 없어. 아시겠죠. (?)

     

    마지막으로 남은 올해 계획을 알려줘.

     

    끄적글적에 추가하고 싶은 기능도 있고, 애나랑 나랑 기획한 다른 앱이 있는데 올해 안에 론칭해서 그 앱을 통해 다른 수익을 도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 지금은 앱을 통한 수입이 불안정하잖아. 계획대로 된다면 하나의 안전장치가 더 생기지 않을까.

     


    인터뷰가 끝나고 나에게 남은 한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존버'다. 나는 루시만큼 확신 있는 타입은 아니라 도전은 줄곧 해도 내 선택에 의심을 갖거나 불안할 때가 종종 있는데, 루시의 말처럼 어떤 결과에 도달하려고 하든 길고 힘든 과정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 나니 내가 택한 길로 몇 년이 되었든 '마이웨이'로 버티는 게 중요할 뿐 아니라 필수적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상기하게 되었다. 많은 중요한 일들은 '빵' 터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쌓여 이루어지는 거니까.

     

    루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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