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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지의 시대, 결국은 브랜딩
    FEATURE 2020. 3. 5. 19:28

    잡지의 시대?

    "여러분들은 잡지를 읽으시나요?"

     

    추측컨대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 같아요. 주변에 잡지를 꾸준히 사 읽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거든요. 

    이번엔 질문을 바꿔볼게요.

     

    "<KINFOLK(킨포크)>, <MONOCLE(모노클)>, <매거진 B>를 들어보셨나요?"

     

    아시는 분들 꽤 계실 거예요.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새로운 잡지 붐을 일으키고 있는 매체들이에요.

    잡지 시장은 줄고 있는데 새로운 잡지가 계속 나오는 이런 현상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잡지는 망했다 

    많은 사람들이 '잡지는 망했다'며 업계의 몰락을 얘기하죠. 잡지 매체는 진작에 디지털 매체에 의해 대체되고 있고, 잡지로 인해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거예요.

     

    맞습니다. 잡지 부수는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그만큼 독자들도 줄어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곳들이 많다는 사실은 잡지사에 있으면서도 뼈저리게 느꼈어요.

     

    또한 잡지와 유명인의 관계가 완전히 역전되어 유명인들이 예전만큼 잡지를 필요로 하지 않죠.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몇 만이 넘는 사람들은 자신의 계정 자체가 잡지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지니지요. 그런 사람들이 잡지 인터뷰를 굳이 승낙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잡지의 부활: 라이프스타일의 제안 

    하지만 완전히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잡지의 부활' '잡지의 시대' 같은 기사 제목을 간간히 보는데요, 개성 있는 잡지들이 새로운 잡지의 시대를 열고 있다는 내용들이에요.

     

    <KINFOLK(킨포크)>, <어라운드>를 들어보셨나요? 텍스트의 양이 현저히 적고,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이미지와 감성을 표현하고 (미니멀한)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잡지들이 그 시작이 아니었나 싶어요. 어느샌가부터 카페 인테리어나 쇼핑몰 사진 배경에 감성적인 이미지의 잡지가 꼭 놓이기 시작했죠. 

     

     

    잡지의 부활: 단행본 같은 잡지 

    <매거진 B> <베어 매거진>을 들어보셨나요? 주부잡지, 남성잡지 등 타깃이 확실하고, '미용실에서 가볍게 읽을만한' 카탈로그형 잡지가 오랫동안 잡지의 기본처럼 여겨졌었는데요, 언젠가부터 한 가지 명확한 주제를 설정하고 그걸 깊게 파고드는 잡지들이 등장하며 잡지의 대안처럼 불리기도 하죠.

     

    독서가 점점 마니아의 영역이 되면서 주제도 점점 좁고 깊어지고 있습니다. 잡지는 더 이상 '잡'다한 것의 모음이 아니라 하나의 단행본처럼 두고두고 읽고 싶은 소장 욕구를 자극하고 있어요. 또한 매거진 B 같은 경우 한 가지 주제를 다루되 요즘 젊은 층의 호평을 받고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여 그 철학과 성공 비결을 세련되게 풀어내죠. 

     

     

    잡지의 부활: 콘텐츠 프리미엄 아울렛 

    카탈로그가 그립다고요? 카탈로그의 진화판도 있어요. 콘텐츠의 수준은 온라인과는 비교할 수 없도록 끌어올리면서도, 잡지 특유의 가볍고 친근한 톤 오브 보이스와 백과사전식 구성도 버리지 않은 잡지들이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POPEYE(뽀빠이)>, <CASA BRUTUS(카사 브루투스)> 같은 일본 잡지나 <MONOCLE(모노클)> 같은 비즈니스 & 라이프스타일 잡지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 프리미엄 아울렛 같은 느낌을 줘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소개해드리고 싶군요!

     

     

    잡지는 망했다. But...

    제 결론은 '잡지는 망했다' '잡지의 시대' 두 가지 다 맞는 얘기라는 겁니다. 잡지로 광고 효과를 노리는 시대는 분명 끝난 것 같아요. 그런 건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매체가 하고 있어요. 자기 PR이나 상품 홍보에 더 이상 잡지가 필요하지 않아요. 심지어 취향 제안도 온라인을 따라갈 수 없어요. 인터넷에 기거하는 AtoZ 분야의 각종 마니아들을 어떤 잡지 에디터가 당해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잡지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뭘까요? 유명해지고 싶어 잡지 표지를 이용하는 시대는 끝났지만 그래도 연예인이나 예술가들이 잡지를 필요로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은 브랜딩 

    "연예인에게 잡지가 필요한가? 어깨가 움츠려드는 기분을 느끼면서도 이 질문 역시 나는 조건부 예스라고 생각한다. 돈이나 이미지를 떠나서 연예인들 역시 잡지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팀을 비롯한 잡지 에디터들이 좋은 인터뷰를 진행하기만 한다면. (중략)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셀카나 협찬 받은 옷을 입고 나오는 공항패션, 소속사에서 만들어주는 무대 이미지가 연예인 이미지의 전부라면 좀 재미없지 않을까. 그거 말고 좀 더 좋은 이미지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잡지의 사생활>, 박찬용(전 매거진 B 에디터)

     

    잡지는 브랜딩이 핵심인 매체입니다. 잡지는 사람들이 사기 전까지는 읽힐 수 없어요. 베스트셀러 작가의 이름 자체가 브랜드 파워이듯, 잡지도 (아이돌을 표지에 싣지 않는 이상) 스스로의 색 하나로 독자를 사로잡아야 합니다. 또한 대놓고 영업하기도 어려워요. 출판사가 자기 회사의 책을 열심히 홍보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잡지는 그런 마케팅이 없이도 팔릴 만큼 멋져야 해요. 

     

    그래서 브랜드 이미지를 잘 지켜온 잡지들만 살아남아요. 유명 연예인들이 인터뷰에 응하는, 소위 잘 나가는 브랜드들이 자기 이야기를 싣는 잡지는 그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잘 쌓은 잡지인 거죠. 그들은 분명 전체 콘텐츠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면서 취향의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을 거예요. 유명인이 잡지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결국 "좀 더 좋은 이미지", 즉 브랜딩을 위해서인 거죠. 

     

    잡지가 다가 아니다 

    그리고 단순히 잡지만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전시나 다양한 기획과 연결시켜 다른 업계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기획을 펼쳐요. 예를 들면 올해 초 <카사 브루투스>에서 '미나 페르호넨'이라는 브랜드 특집호를 냈는데, 이는 도쿄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미나 페르호넨' 기념 전시와 연결하여 출간한 것이었어요.

     

    저 또한 우연히 전시를 보고 미술관 기념품점을 둘러보던 중 잡지를 발견했죠. 전시에서 느꼈던 감흥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무거운 도록을 살까 말까 고민한 적 있으시죠? 도록은 무겁지만 잡지라면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샀어요.

     

    브랜드 입장에서도 이런 콜라보는 기존 팬들에게 색다른 팬서비스이자, 새로운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첫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카사 브루타스 '미나 페르호넨과 미나카와 아키라' 완전판
     설립자 미나카와 아키라의 사진과 브랜드 전시를 소개하는 기획 기사

    이렇듯 이미지와 브랜딩에 대한 관심과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그러한 방향으로 진화하는 잡지들이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양질의 잡지들이 오래 나와 좋은 읽을거리와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를 기대해봅니다. 

     

     

     

    글 Heejo

    웹 편집 Yeon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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