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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서로에 대한 기록이다
    FEATURE 2019. 11. 27. 12:30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와 소설 「관내분실」 이야기(선우은실 문학평론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표명한다는 것은 타인의 일을 자기의 일처럼 느끼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가설을 세웠다. 관심을 가지는 일이 어째서 가능할까, 왜 그것이 필요할까 하는 질문을 아주 깔끔하게 해소할 만한 답을 찾아내지는 못했고 여전히 그 의미를 헤아린다.

     

    * 관련 글: 관심을 가진다는 것 (인천투데이, 2019.09.02.)

     

    친구의 다정을 떠올릴 때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전혀 모르겠는 상태가 반복될 즈음 한 편의 드라마와 한 권의 책을 읽게 됐다. 두 서사는 다른 장르였지만 주제 면에서 마주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 타인을 이해하는 시점은 언제인가’하는 의문과 관계된 것이었다.

     

    드라마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unbelievable)〉(2019)였다. 이 드라마는 물증이 거의 없는 강간사건을 수사하는 두 형사와, 피해자들의 이야기이다. 이 서사에서 형사와 피해자는 대개 여성이다.** 서로 다른 서에서 일하지만 현재 발생한 범죄 양상의 유사성을 발견한 그레이스 라스무센과 캐런 듀발은 강간범을 잡기 위해 단기적으로 공동 수사를 벌인다.

     

    ** 이 서사에서 ‘강간’이라는 범죄, 피해자의 위치, 피해자와 관계하는 ‘경찰’이라는 지위를 어떻게 이해 하고 있느냐와 관련하여 ‘여성’이라는 사회적 지위 및 자의식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성별을 기입하였다. (저자 주)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그레이스 라스무센과 캐런 듀발

     

    이 드라마에서 인상에 남는 두 장면이 있다. 하나는 두 형사가 과거에 최초로 맡았던 강간 사건의 피해자를 떠올리며 그들의 이름을 기억에서 꺼내 호명하는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라스무센이 여성 범죄에 대해 왜 어떤 경찰은 기민하게 대처하지 않는가 묻는 장면이다. 그녀는 강간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이들 중 ‘분노’가 소거된 듯이 보이는 남성 요원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린다.

     

    두 장면을 겹쳐놓았을 때 떠오른 생각은 ‘얼마나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 여기는가’하는 것이 었다. 두 형사는 강압적 폭력의 경험이 지닌 삶의 파괴력을 절실하게 알고 있기에 처음 맡았던 강간 사건의 피해자의 이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만약 강간범을 수배하지 못한다면 또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리란 사실, 그리고 여성에게 행해지는 범죄라는 사실로부터 자신과 자신의 지인 역시 예비된 피해자의 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은 강간 피해자의 삶이 ‘자신과 무관한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두 형사는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분노’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성별’의 동일성에 의한 이해의 지점이기도 하겠으나, 그에 앞서 타인의 삶이 자신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통해 공유될 수 있는 문제일 수 있지는 않을까.

     

    김초엽의 SF 소설 「관내분실」***은 이에 대해 물꼬를 터주었다. 소설은 인간의 기억과 반응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사망한 뒤에도 한 인간을 가상의 인물(‘마인드’)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보편화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 김초엽, 「관내분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허블, 2019.

     

     

    ‘지민’은 살아생전 자신에게 의존적인 동시에 공격적이었던 엄마를 만나고자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엄마의 마인드가 관내분실된 상태임을 알게 된다. 도서관측은 어딘가에 있을 엄마를 찾기 위해 시냅스를 자극할 만한 ‘감각적 물질’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하고 이에 지민은 엄마를 대변할 물건을 찾아다닌다. 그녀는 엄마 ‘김은하’의 흔적을 찾아 헤매면서 애정의 정도와 무관하게 그토록 오래 알고 지냈던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당황한다.

     

    이 소설에서 주목하고 싶은 점은 주인공이 엄마가 아닌 김은하 개인을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시점과 계기이다. 누군가의 상실/부재의 상태가 자신의 상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여길 때, 사람은 ‘그는 과연 누구인가’에 대한 질 문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우리의 삶이 개별적인 것만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구성된다는 감각이다.

     

    나는 타인에 대한 기억이다. 타인은 나에 대한 서술이다.

     

    오래 전 적어두었던 두 문장을 다시 불러온 까닭은 두 편의 서사를 보며 타인과 나에 대한 감각이 새삼스럽게 환기되었기 때문일테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기록이며 타인(나)에 대한 나(타인)의 발언과 판단은 그 자신의 시각을 보증한다. 어쩌면 우리는 ‘나’에 너무나 몰두한 나머지 ‘나를 구성하는 타인’에 대해서 너무 자주 잊는 것 같다. 나 역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그를 구성하는 타인’이라는 사실 또한. 우리는 서로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자기 안에서 조우하는가. 이무렵부터 시작되는 나의 질문은 이것이다.

     

     

     

     

    선우은실 (pretty_abc@naver.com)

    문학평론가. 웹진 《비유》의 ‘하다(!)’에서 ‘리뷰모구모구’ 연재 중. 이 웹진의 키워드에 맞게 ‘스타일’이라는 단어를 좀더 적극적으로 녹여내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이 글은 ‘스타일’을 적극적 소재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내가 쓰는 글의 스타일’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만약 누군가 칼럼이나 문학 평론에 대해 어떤 ‘딱딱함’을 느껴왔기 때문에 그러한 장르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소위 ‘어렵게 느껴지는 글’이 내 삶과 무관하게 다가왔다면 이 글이 그 딱딱함을 ‘대화가 가능한, 유연함을 가진 단단함’으로 향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면 좋겠다. 이러한 나의 지향점이 ‘내 글의 스타일’로 드러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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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 Yeons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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