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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 퇴사 후 명상 가이드가 되다
    FEATURE 2020. 2. 9. 15:36
    100개의 퇴사에는 100개의 이야기가 있다

    수많은 퇴사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의 귀를 쫑긋하게 하고 시선을 집중시키는 지점은 뭘까. 당연히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여전히 퇴사라는 결정이 선망의 대상인 까닭일 테다. 아무리 이직과 퇴사가 흔해졌다고 해도, 직장을 그만두는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렇기에 퇴사는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부풀어 오르게 하는 마력의 단어다.

    하지만 이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어떤 퇴사자의 이야기도 같지 않다는 점. 프리랜서의 삶을 살든, 게스트 하우스를 차리든, 여행자가 되든, 혹은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든, 우리는 너무나도 다양한 퇴사 이후의 삶을 목격하고 있다. 퇴사 이후의 삶을 상상해본 역사가 너무 짧아서 우리에겐 모두 새롭고 신기하고 무궁무진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100개의 퇴사에는 100개의 이야기가 있다. 퇴사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자체로 인생의 다양한 선택지를 보여주는 참고문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많은 퇴사자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첫 번째 인터뷰이가 되어준 아티토(류혜정). 그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을 두 번이나 퇴사하고, 그리스, 인도 등에서 명상을 공부해 명상 가이드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퇴사와 명상 이야기를 개인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다. 

     

    글/편집 Heejo Lee

    웹 편집 Yeonsung

     


     

    블로그를 읽다가 '엠페스형 인간'이라는 흥미로운 자기소개를 발견했어요. '엠페스형 인간'이 뭔가요?

    엠페스란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에너지가 쉽게 전이되는 것을 얘기해요. 누군가를 만난 후에 갑자기 몸이 굉장히 아팠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회사일로 굉장히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다던지, 클래식에 관심이 없는 내가 어느 날 조성진을 미친 듯이 검색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전날 명상 수업에 피아노를 전공한 사람이 왔다던지(웃음). 이렇게 나도 모르게 쉽게 전이되는 사람을 엠패스라 불러요. 

     

    진단 결과 저는 정도가 심한 엠패스였어요. 스펀지처럼 다 빨아들이죠. 그러니 사무실 안에 개인 공간도 파티션도 없이 80명이 함께 근무를 한다면 굉장히 힘들었겠죠?

     

    회사에서, 누군가가 멀리서 전화로 화를 내면 그 스트레스가 그대로 전해지는 일이 많았어요. 혹은 아무 말 없이 그냥 잘 웃고 같이 회의해도 상대방의 웃는 얼굴 뒤에 숨은 무기력함과 우울함이 그대로 전해지기도 했죠. 그때는 엠패스의 개념, 내가 느끼는 우울함이나 분노 혹은 짜증의 많은 부분이 사실 전이된 것임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그냥 제가 예민한 탓으로 돌렸죠. 어떻게 에너지를 재충전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쉽게 피곤해지고 감정적으로 지치는 일이 많았어요. 

     

     

    퇴사를 결심했을 때는 어땠어요?

    퇴사하게 된 건 건강 문제가 제일 컸어요. 물론 좀 더 다니다가 다시 병가 내고, 그러다 다시 다니고 할 수도 있었겠죠.

     

    휴직기간이 다 끝나 회사로 돌아갈 때 즈음에 팀장님이 ‘돌아올 거니?’라고 물어보셨어요. 그 전화를 받았을 때 모든 인연이 끝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끝난 인연을 붙들고 있었다는 느낌, 더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퇴사는 결국 그렇게 될 거라고 정해져 있던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결국 퇴사 서류를 작성하고 회사에서 제 짐을 빼는데 제 자리가 완전히 방치돼있는 걸 보고 더욱 그랬죠. 아쉬움이 전혀 없었어요.

     

     

    퇴사 이후에 뭐하고 지냈어요?

    몸에 이상이 생겨 추적 관찰을 하던 중 적지 않은 금액의 보험금을 받게 되었어요.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그리스에 있는 조그만 섬에 있는 아프로즈(Afroz) 공동체라는 곳에 가게 됐어요.

     

    그곳에서 8월마다 아주 큰 오쇼 명상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거기서 간을 해독하는 명상 프로그램을 이수했어요. 이후 인도와 호주에서도 여러 가지 명상 프로그램을 참가하고 돌아왔어요. 이런 것들은 모두 굉장히 즉흥적으로 한 일들이에요. 한 여정이 끝날 때마다 다음 길로 이끌리듯이 모든 게 이뤄졌어요.

     

     

    여러 명상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이 뭐예요?

    결정적으로 제 삶을 바꾼 에피소드나 사람은 없어요. 모든 순간들이 제게는 배움이었기 때문이에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삶에는 정답이 없음을 배웠죠.

     

    저는 항상 소속감을 못 느끼고 살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너는 특이해' '돌연변이야'라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듣고요. 항상  떠있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그리스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내 존재 자체를 수용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오래된 것들이 다 깨졌어요. 그리스와 인도, 호주에서의 시간은 정말 다양한 경험을 압축적으로 깊게 할 수 있었던 시간이던 것 같아요.

     

     

    한 가지 계속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있어요. 인도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제가 그곳을 떠날 준비를 계속 끝까지 미뤘어요. 짐도 싸지 않고, 다음 목적지인 캄보디아 비자도 안 받고, 비행기표도 안 끊고, 공항으로 가는 차가 오기 15분 전에 짐을 다 싸서 체크아웃을 할 정도였어요.

     

    왜 이렇게 미루고 미룰까 스스로도 알 수가 없어서 미칠 것 같았는데, 그날 갑자기 깨닫게 됐어요. '내일 하자' '모레 하자' '다음에' '10분만 더' '5분만 더'... 이렇게 마치 시간이 무한정 주어진 것처럼 할 일을 미루는 습관은 제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었어요. '끝'을 몹시도 두려워했던 제 불안에서 기인했던 거죠. 인도를 떠나야만 하는 것처럼, 저도 언젠가는 100% 죽는 날이 올 텐데 그 사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그동안 계속 회피했던 거예요.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했고, 대학 가서는 회사에 들어가면 끝날 줄 알았고, 서른이 되면 뭐라도 되어있을 줄 알았어요. 퇴사를 고민했던 것도 퇴사하면 당장 굶어 죽을 것 같고, 사람들이 나를 미쳤다고 생각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어요. 세상에는 길이 하나밖에 있는 게 아닌데 너무 좁은 시각으로 보고 살았죠. 

     

     

    돌아온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죽을 것 같더라고요(웃음). 타인의 상태에 무척 예민해져 있었어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누군가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너무 가슴이 아프고 답답했어요. 자연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고 와서 그런지 그동안 정화가 많이 됐었나 봐요. 호주에서 지낼 때 인터넷도 거의 안 되는 곳에서 생활하면서, 매일 바다에서 수영하고 말에게 밥 주던 친자연적인 생활을 했었으니까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제가 찾은 해결책은 자연과 계속 접촉하는 거예요. 아무리 최첨단 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은 결국 자연의 일부분이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맨발로 바닥을 밟아본 지도 오래되고 바닷가에서 수영해본 지도 오래잖아요. 현대인들이 불안하고 생각이 너무 많은 건 자연과의 연결이 끊어져있기 때문이에요. 

     

     

    명상 수업을 열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큰 목적이나 계획이 있어 시작한 일은 아니었어요. 첫 번째 이유는 제가 명상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에너지가 정화된 공간에서 명상하며 몸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했어요.

     

    또, 명상 수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이전에 다니던 오쇼 명상 센터는 연령층이 높았어요. 저는 그 분위기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었죠. 명상은  또래들도 많이 필요로 하는데, 젊은 층을 위한 무언가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아티토 님의 명상 수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오쇼 액티브 명상은 인도에서 오쇼라는 철학자이자 구루가 현대인들을 위해 개발하고 고안한 명상이에요. 현대인들은 머리를 너무 많이 쓰면서 생활하잖아요. 그런 에너지의 불균형을 맞춰주기 위해 소리나, 진동, 춤, 반복되는 몸의 동작을 이용해서 신체를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수업할 때는 사람들의 긴장을 이완시켜주고, 어떤 것에 휩쓸리지 않고 지켜보는 연습을 자꾸 하게끔 해요.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조금만 건드려도 '악!'하고 바로 반응하잖아요? 하지만 한 발 떨어져 지켜보게 되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돼요. 

     

    아티토 님의 명상 수업

     

    명상을 할 때 중요한 마음가짐이 세 가지 있어요. 첫 번째는 '남하고 비교하지 말 것'. 명상은 같은 공간에서 같이 하지만 개인적인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남을 신경 쓰지 말아야 해요. 그리고 '기존에 갖고 있던 명상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을 것''심각하지 말 것'. 명상이라고 하면 보통 템플스테이나 도사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잖아요. 하지만 사실은 그냥 재밌게 즐겁게 즐기면 돼요. 저는 본 명상 들어가기 전에 준비를 많이 시키는 편이에요. 이유 없이 웃게 시키고 춤추게 하죠.

     

    수강생은 주로 여성이 많아요. 나이는 30대, 50-60대, 어리게는 중학생까지 굉장히 다양해요. 수업을 듣고나면 다들 처음엔 충격적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기존에 생각하던 명상과 많이 다르니까요. 춤에 대해 거부감이 컸던 수강생도 있었는데, 수업을 듣고 마음을 많이 열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의 아티토 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요?

    '나에게도 좋고남에게도 좋은 것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생겼어요나를 위해서도 좋고 같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면 좋겠어요.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잖아요. 야근이 많은 경우는 거의 하루종일 회사에 있죠. 체력도 굉장히 많이 떨어지고 만족도도 낮았어요. 하지만 명상은 달라요. 소득은 적지만 그만큼 자유시간이 많고 만족도가 높아요. 

     

     

    현대인들을 위한 조언을 세 가지 준다면.

    1. 등산하기

    저도 처음엔 '뭐야? 등산 꺼져!'라며 우습게 생각했었는데 등산으로 정말 많은 것들이 해소돼요. 산에 올라가서 신발 벗고 바닥에 누워 멍 때리다 보면 마음 정리가 되는 걸 느껴요. 

     

    2. 돼지고기 줄이기

    어떤 음식이 당기느냐에 따라 내 마음을 알 수 있어요. 회사 다닐 때 전 도넛 중독이었어요. 마음이 안 좋고 스트레스가 많을 때 튀김이나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 것 같아요. 

     

    3. 잘 때는 스마트폰 끄기

    호주에서 일주일 동안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고 생활했었어요. 그러다 일주일 만에 핸드폰을 켜니 화면이 너무 눈부셔서 못 쳐다보겠더라고요. 우리는 잘 모르고 살지만 휴대폰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생각보다 커요.

     

     

     

    댓글 4

    • kiki777 2020.02.10 16:11

      회사를 박차고 과감히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 생각은 쉬워도 행동으로 옮기기 정말 어려운건데... 명상 가이드로도 행복해진 모습이 부럽네요

    • Lina 2020.02.11 20:15

      정말 멋진 삶의 방향입니다. 자연과 가까이, 돼지고기는 줄이고 폰은 멀리하는 생활방식을 취해봐야겠네요.

    • 아름다운희 2020.02.11 23:24

      아티토님의 에너지는 직접 보았을때 눈부실 정도의 빛남이 있는데 저만 알고 있어 아쉽네요 항상 응원합니다^^*

    • 김혜윰 2020.02.12 16:11

      혜정아 멋지다^^ 글고 보고싶당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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